[스포츠아시아] 2019년을 마지막으로 2010년대는 역사의 뒤로 사라졌다. 많은 것들이 생겨나고 사라졌으며 많은 전설들의 이야기가 10년동안 이 지구 위에 새겨졌다.

보디빌딩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IFBB 아마추어와 IFBB 프로가 서로의 단체로 독립되어 나와 본격적인 IFBB 프로의 시대가 열렸으며 유럽과 미국의 전유물이던 보디빌딩이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제3의 세력으로 뻗쳐나간 것이 바로 2010년대의 일이다.

그 어느때보다 급진적이었고 빠른 변화가 있던 2010년대의 보디빌딩, 어떤 전설들이 2010년대의 보디빌딩에 쓰여졌는지 2010년대의 보디빌딩의 트랜드와 주요 사건에 대해 조명해본다.


필 히스 VS 카이 그린의 라이벌 열전

축구에서의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NBA에서의 르브론 제임스와 스테판 커리, F1에서의 루이스 헤밀턴과 세바스티안 베텔이 있다면 2010년대 보디빌딩에서 최고의 라이벌전은 바로 필 히스와 카이 그린이었다. 

2011년 필 히스가 미스터 올림피아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제왕에 오른 이후 그는 왕좌를 노리는 다른 선수들의 도전을 받아왔다. 그 중에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바로 카이 그린이었다. 이미 2009년과 2010년 아놀드 클래식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제이 커틀러를 꺾을 유력 후보로 떠올랐던 카이 그린이었지만, 2011년 퍼포먼스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필 히스가 우승을 차지하게 되면서 둘의 라이벌 구도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라이벌답게 둘은 대회마다 치열한 다툼을 벌였고, 지난 2014년에는 장외싸움까지 벌였을 정도로 둘의 라이벌 의식도 컸다. 비록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필 히스가 모두 올림피아의 자리에 오를 때 카이 그린은 모두 준우승에 머물며 필 히스를 꺾지는 못했지만, 둘이 펼친 최고의 대결은 아직까지 보디빌딩 팬들의 가슴속에 남아있다.

필 히스가 2019 올림피아에 불참하고 카이 그린이 2015년부터 미스터 올림피아에 출전하지 않게 되면서 둘의 라이벌전은 사실상 끝났지만, 보디빌딩 팬들은 이 둘의 치열했던 경쟁을 아쉬워하며 2020년대 필 히스와 카이 그린을 넘어설 새로운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보디빌딩 첫 300파운드 돌파, 빅 라미의 괴물같은 등장

2012년 이집트 출신의 빅 라미가 등장했을 때 전세계 보디빌딩 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근매스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데뷔부터 인상적인 근매스와 근질로 2013년 뉴욕 프로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미스터 올림피아 본선무대에 오르며 2010년대 최고의 보디빌더로 우뚝섰다.

무엇보다도 빅 라미가 2010년대 보디빌딩을 선도했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바로 보디빌딩 역사상 처음으로 300파운드(136kg)를 넘는 체중을 갖고 올림피아 오픈 보디빌딩 무대에 올라섰고, 그의 기록을 넘어선 선수는 현재까지 아무도 없다. 비록 아직까지 올림피아에서는 우승기록이 없고, 어깨 부상으로 2019년 올림피아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2010년대 보디빌딩에서 빅 라미의 이름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옥시즌 짐 출신 선수들의 급부상

쿠웨이트에 위치한 옥시즌 짐은 진정한 남자의 체육관이라고 볼 수 있다. 이슬람 율법상 여성의 피트니스 센터 출입을 엄히 금지하고 있어 남자들만 출입이 가능한 이 옥시즌 짐은 최고의 시설과 코치들이 365일 선수들을 케어하며 선진 보디빌딩의 '메카'가 되고 있다.

이전부터 옥시즌 짐에서는 수많은 보디빌딩 챔피언을 배출했다. 2019년 미스터 올림피아를 차지한 브랜든 커리가 옥시즌 짐에서 자신의 실력을 끌어올린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며 몬스터짐 훈련 영상으로도 볼 수 있는 엄청난 운동량을 자랑했던 롤리 윙클라, 빅 라미, 페르시아의 늑대 하디 추판 등 최고의 선수들이 옥시즌 짐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오는 2020년에는 대한민국 오픈 보디빌딩의 자존심 이승철이 옥시즌 짐에서의 전지훈련이 예정되어 있어 앞으로도 더욱 옥시즌 짐을 주목해봐도 좋을 것 같다.

숀 로든, 필 히스의 아성을 깨다

2010년대 오픈 보디빌딩은 필 히스의 제국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2011년 제이 커틀러를 꺾고 미스터 올림피아에 오른 필 히스는 최고의 근질과 근육 밸런스로 역대 최고의 재능을 가졌다는 찬사 속에 2017년까지 무려 7년 연속으로 올림피아에 등극, 리 헤이니와 로니 콜먼의 최다 우승 기록인 8회 기록에 다가서는 듯 했다.

하지만, 2018년 필 히스의 아성에 제동을 건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숀 로든이었다. 숀 로든은 필 히스보다 근매스 부문에서는 다소 떨어졌지만, 전과는 다르게 근 매스에만 신경쓰지 않고, 컨디셔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최고의 몸상태를 예선부터 유지했다. 다음날 펼쳐진 결선에서도 로든은 전년도 챔피언인 필 히스에 근소한 우세를 보였고, 심사위원은 점점 진화한 숀 로든에게 높은 점수를 매기며 새로운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숀 로든은 2019년 성폭행 혐의로 미스터 올림피아 출전이 불발되었으며 올림피아 위원회로부터 자격정지를 받아 앞으로의 커리어가 위태롭게 되었다.

케빈 레브론-플렉스 휠러, 전설들의 컴백

1990년대를 호령했던 보디빌더들의 컴백도 보디빌딩 팬들에게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었다. 95년과 2000년, 2002년 미스터 올림피아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90-0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케빈 레브론이 2016년 13년의 공백을 깨고 미스터 올림피아에 출전해 17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98, 99 미스터 올림피아 준우승자인 플렉스 휠러 역시 2017년 클래식 피지크로 미스터 올림피아에 돌아와 실력을 보여주는 등 옛 보디빌딩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클래식 피지크의 등장

IFBB에 있어서 클래식 피지크 종목의 도입은 2010년대 보디빌딩 역사에 있어서 큰 사건 중에 하나였다. 클래식 보디빌딩과 피지크의 중간종목으로서 보다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신설된 이 클래식 피지크 종목은 보디빌딩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7년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지만, 약 2년만에 IFBB 프로의 대표 경쟁종목으로 자리를 잡은 클래식 피지크에는 초반 브론 앤슬리와 크리스 범스테드가 엎치락 뒤치락을 하면서 1위를 반복하고 있어 오픈 보디빌딩의 필 히스와 카이 그린이 펼쳤던 대결 구도를 클래식 피지크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IFBB 프로의 세계화, 대한민국 IFBB 프로 선수들의 등장

2000년대까지 대한민국 보디빌더들은 올림피아를 비롯한 IFBB 프로 대회에 출전할 수 없었다. 당시에는 IFBB 프로와 IFBB 아마추어가 연계되어 있던 시절이었고, 대한민국 선수들은 국내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대한보디빌딩협회가 선발한 국가대표의 자격으로 IFBB가 주관하는 국제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해 오버롤을 차지하거나, 미국의 보디빌딩 대회인 NPC 대회에 나서 3위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프로카드 획득이 가능했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수 선발 과정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통과하는 것 만큼 엄격하며, 설령 국가대표가 되어 국제대회에 참가한다 하더라도 기라성 같은 선수들 틈에서 곧바로 두각을 나타내기는 힘들었으며, NPC의 경우 미국 내에 거주하는 선수들만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엄청난 위험부담을 안은 채 도전해야 했던 것이 바로 IFBB 프로카드였다.

하지만, 2017년 9월 IFBB 프로와 IFBB 아마추어가 분리되면서 IFBB 프로카드가 주어지는 프로 퀄리파이와 리저널 대회를 신설했고, 이전보다 낮아진 문턱으로 대한민국 선수들은 비로소 IFBB 프로카드를 획득해 올림피아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현재까지 IFBB 프로 규정 변화 이후 김하연이 2017년 산마리노 프로 우승으로 프로카드 획득과 비키니 올림피아 직행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낸 것을 비롯해, 피규어의 안다정과 클래식 피지크의 김성환이 2019년 올림피아의 무대에 섰다. 그리고 2020년에는 몬스터짐 프로에서 우승을 차지한 최사라와 재팬 프로에서 우승을 차지한 피지크의 최봉석이 올림피아 무대로 진출해 세계속에서 대한민국 보디빌딩의 저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제 앞으로의 10년이 될 2020년대, IFBB 프로의 본격적인 세계화와 클래식 피지크의 출현이 보디빌딩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처럼 2020년에도 새로운 종목이 생겨나 보디빌딩의 판을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다가올 10년, 어떤 보디빌딩의 드라마가 무대위에 쓰여질까? 2020년의 보디빌딩은 앞으로의 10년을 좌우할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몬스터짐 DB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