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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아시아=조형규 기자]

#1
멤버들이 모두 1992년생 원숭이띠 동갑내기인 것에서 착안한 밴드 ‘잔나비’(원숭이의 순우리말)는 현재 인디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팀이다. 2012년 결성해 현재의 5인조 라인업으로 꾸려진 것이 지난 2015년. 그동안 1장의 정규, 1장의 미니 앨범에 여러 싱글을 발표했고, 많은 라디오 출연과 방송 활동을 통해 대중에게도 익숙한 이름이 됐다.

#2
잔나비의 다섯 청년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유독 눈에 띄는 청년이 한 명 있다. 가장 뒤에서 드럼을 두드리는 드러머 윤결이다. 운동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이제는 팬들로부터 이름을 비튼 ‘윤’동 선수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옷으로도 가릴 수 없었던 근육의 정체를 수소문한 끝에 윤결 본인에게 직접 들을 수 있었다. 

#3
예상대로 윤결은 음악만큼이나 운동을 사랑하는 드러머였다. 미국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 드림씨어터의 마이크 맨지니처럼 운동으로 다져진 우람한 체구의 드러머를 동경한다고. 그래서일까. 그는 최근 드럼스틱을 잠시 내려놨다. 그리고 스틱 대신 바벨을 들었다. 오는 31일 열리는 아마추어 코리아 오픈 출전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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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음악 잘 듣고 있다.

고맙다. 잔나비에서 드럼을 치고 있는 윤결이라고 한다.

ㅡ밴드는 어떻게 하게 됐나.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했는데 그때 지금 베이시스트인 (장)경준을 만났다. 사실 학교 잘 다니다가 운동을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고향인 함양으로 내려온 상태였는데, 그때 그 친구한테 ‘밴드 오디션이 있는데 한번 보지 않겠느냐’며 연락이 온 거다. 어릴 때부터 음악 하면서 드럼에 투자한 지난 시간들이 생각나서 ‘마지막으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올라왔다. 그렇게 밴드에 합류하게 된 거지.

ㅡ이미 그때부터 운동 마니아였군.

원래 어릴 때부터 투기 종목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고향인 함양이 시골이라 유도나 레슬링을 배울 수 있는 체육관이 없었던 거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태권도를 시작해서 4단까지 땄다. 그리고 스무 살 때 서울 올라와서 MMA 체육관을 다니기 시작했다.

ㅡ무슨 체육관이었나.

코리안탑팀에 일반 회원으로 나갔다. 그때는 음악 하면서 취미로 다녔는데, 대학에 가면서 무에타이와 크로스핏도 시작했다. 한때는 피트니스 트레이너를 하는 친구를 따라 견습생으로 트레이너 생활도 잠깐 했었는데, 웨이트트레이닝을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 같다.

ㅡ본업이 음악 맞나(웃음).

내 이름이 윤결인데, 그래서 팬이나 주변 사람들은 나보고 ‘윤’동선수라고 부르더라(웃음). 그런데 처음부터 몸을 크게 만들려고 시작한 건 아니다. 그저 운동이 좋아서 하루종일 웨이트트레이닝하고, 밖에서 런닝도 하고. 작년부터는 주짓수도 시작했는데 깊이 심취해있다. 어릴 때부터 워낙 뛰어놀고 운동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가. 지금도 스케줄이 부족하면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 운동할 시간을 만드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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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수면시간 어느 정도까지 줄여봤나.

한 세 시간만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 갈 때도 있다. 그래도 스케줄이 있으면 차로 이동하다 보니 주로 차에서 잠을 보충하는 식이다.

ㅡ멤버들 반응은.

처음에는 좋아했다. 보통 록 밴드의 드러머 하면 뭔가 몸 좋고 야수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니깐. 그런데 운동을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부상이 뒤따를 때가 있다. 한 번은 사진 촬영 스케줄 전날 스파링을 하다가 입술이 터지고 상처가 나서 온 적이 있다. 내가 조절을 했어야 했는데 그런 꼴로 나타나니 큰일이 났지(웃음). 지금은 다들 응원해주는데 주짓수는 부상 위험이 커서 좋아하지는 않더라.

ㅡ사고는 없었나.

예전에 멤버들에게 비밀로 하고 주짓수 대회 나가려고 열심히 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체육관에서 스파링하다가 손가락이 그만 도복에 걸려 완전히 부러진 적이 있다. 처음에는 ‘별거 아니겠지’ 싶어 응급실을 갔는데 깁스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 나는 ‘곧 죽어도 드럼 쳐야 한다’고 했고, 의사는 ‘절대 치면 안 된다’고 하고. 결국 멤버들에게는 계단에서 넘어져서 다쳤다고 둘러댔다(웃음). 드럼은 깁스랑 스틱을 테이프로 감고 아픈 거 다 참고 쳤다.

ㅡ그게 가능한가.

그래서 그때 (손가락이) 더 손상된 것 같다.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아팠지만 그래도 웬만한 건 다 참고 하겠는데, 녹음은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공연과 달리 녹음은 터치 하나하나가 굉장히 섬세하고 정교하게 기록이 되지 않나. 이걸 또 강행했다간 아예 손을 평생 못 쓰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대타를 구하고 결국 수술을 했다. 덕분에 한동안 나 혼자서만 휴식기를 가졌다.

ㅡ멤버들은 이걸 알고 있나.

손가락 다치고 난 뒤 ‘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때 넘어져서 다쳤다고 하면 사람들이 ‘쟤 싸웠구나’라고 생각할까봐 다른 핑계를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마침 멤버들이 운동하다가 다쳤다고 대답하라고 하더라. 덕분에 본의 아니게 사실대로 말한 셈이 되긴 했는데, 멤버들도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았을까? 특히 리더 (최)정훈은 나를 굉장히 잘 아는 친구다. 아마 그때도 모르는 척하고 넘어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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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좋은 리더다.

사실 손가락 부러진 직후에도 어떻게 해서든 운동을 하고 싶어서 헬스장 가서 몰래 스쿼트 하고 하체 운동 주로 했다(웃음). 그런데 멤버들은 활동하고 있고 나 혼자 부상 때문에 쉬고 있는데 운동을 하려다 보니 눈치가 보이는 거다. 멤버들에게는 미안하고, 또 나는 나대로 운동을 못 하니 스트레스받고. 그래서 정훈에게 솔직하게 ‘나 음악만큼 운동도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다행히 정훈이도 처음에는 화가 많이 났지만, 지금은 다 이해한다며 다독여줬다. 오히려 운동도 병행할 수 있게 잘 설득해보겠다며 도와줬다. 아무래도 리더이고 방향을 이끌어가는 힘이 있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정말 고마웠다.

ㅡ대화 하다 보니 스쿼트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제일 힘들기도 하고 해냈을 때의 그 성취감이 있다. 그리고 보디빌딩이나 투기 종목에서 모두 하체가 정말 중요하다. 힘들 때 하체 힘이 먼저 풀리지 않나. 스쿼트뿐 아니라 인터벌 뛰고 사이클도 타면서 하체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ㅡ운동할 때 알아보는 팬도 있나.

간혹 있다. 안 그래도 밴드 멤버들이 모두 같은 피트니스 센터를 다니다 보니 우리 때문에 등록한 팬들도 있다. 그런데 그분들도 센터에 오시면 다들 자기 운동도 잘 하시고 매너도 좋다. 어차피 나도 운동할 때 주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말도 걸지 않고, 혼자 모자 푹 눌러쓰고 하는 스타일이라. 

ㅡ자신 있는 신체는.

스쿼트를 많이 한다고 했는데 팔과 다리가 긴 편이라 (스쿼트를) 하는 만큼에 비해서 하체가 좋은 거 같진 않다(웃음). 다만 주변 사람들은 복근이 예쁘고 괜찮다고들 말해준다.

ㅡ3대 운동 중 선호하는 건.

스쿼트랑 데드리프트다. 내가 운동을 처음 배울 때 제대로 배운 게 아니라 혼자서 억지로 중량 쳐서 올리고 했었다. 그때야 어리고 건강하니까 할 수 있었는데, 그게 누적이 되면서 걷지도 못할 정도로 허리 디스크가 크게 왔다. 주짓수 하면서 더 다치고. 그래서 지난번 손가락 다쳤을 때 ‘이참에 허리도 고치자’ 해서 관절 가동성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곳에서 퍼스널트레이닝을 오래 받았다. 하체랑 허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허리는) 이제 많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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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하루 운동 사이클은.

유산소를 오래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지루한 걸 싫어해서. 차라리 서킷 트레이닝이라던가 고강도로 힘들게 하는 편이다. 마침 운동도 굵고 길게 하는 타입이라, 센터에서 같이 대회 준비하는 동생 한 명은 ‘형처럼 운동 많이 하는 사람 처음 봤다’고 하더라.

ㅡ피트니스 대회 경험 있나.

예전에 밴드 가입한 해에 도민체전 나간 적은 있다. 그런데 함양이 정말 작은 시골이라 선수가 없다. 지역사회고 다들 동네에서 같이 운동 조금 하는 아저씨들이 ‘너 나가라, 나가도 된다’고 해서 출전한 거다. 심지어 다이어트를 하고 출전한 사람도 없었다. 다들 체전 전날 삼겹살에 소주 드시고(웃음).

ㅡ맛있었나.

그런데 나는 안 먹었다. 내 나름대로는 그저 그런 몸으로 나가기가 싫었던 거다. 혼자 죽어라 다이어트 하면서 열심히 준비했다. 연락도 도민체전 열흘 전에 통보받았는데, 근육 손실 같은 건 생각할 겨를도 없어서 하루에 500칼로리만 섭취하고 10일 만에 10kg 다이어트 해서 몸만 바짝 말린 상태로 나갔다. 심지어 체전 전날 공연도 있었는데, 그 스케줄까지 다 끝내고 새벽 기차로 내려갔다. 그 상태에서 뭐가 제대로 되겠나. 포징도 못 하고 거의 흉내만 내는 수준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피트니스 대회 경험은 아니지.

ㅡ이번에 아마추어 코리아 오픈에 출전하는데.

처음에는 전혀 생각이 없었다. 그동안 쉬면서 몸도 많이 망가지고, 대회에 나가기엔 내가 너무 부족한 걸 나도 안다. 그런데 손가락을 다친 뒤로 심적으로 우울했고 불면증까지 찾아왔다. 그때 정훈이 ‘이게 계속되면 심적으로 더 피폐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드럼에 대한 열정도 사라질 수 있지 않겠냐, 목표가 있으면 좋겠다’고 조언한 거다. 그래서 거의 두 달 가까이 고민했다. 

ㅡ출전 결심은 어떻게.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괜찮다, 출전해라’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스스로 창피하지 않나. 물론 남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할 수도 있지만, 나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거다. 그런데 이렇게 계속 고민만 할 바에야 차라리 나가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아직 시간도 남아있고, 그동안 내가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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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목표가 있다는 건 좋은 거다.

내 주변에도 피트니스 대회를 하나의 목표로 삼고 운동에 재미 붙이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아마추어 코리아 오픈 전에도 사설 대회에 하나 출전하는데, 같이 준비하는 형이 한 분 있다. 과거에 뇌종양을 앓으면서 우울증에 빠졌었는데, 운동을 통해 그런 걸 모두 극복했다. 이번에도 같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그렇게 목표가 생긴다는 점에서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ㅡ부모님 반응은.

일단 어머니의 첫마디는 ‘아이고~’였다. (Q. 걱정인가) ‘저놈 저거 또 시작이네’ 이런 뉘앙스다(웃음). 그래도 집에서 고구마랑 얼린 연어, 과일 같은 다이어트식도 보내주시고 또 많이 도와주신다. 아버지야 어릴 때부터 운동하는 걸 좋아하셨으니. 

ㅡ친구들은.

친구들이나 지인들도 응원 많이 해준다. 심지어 지금 같이 살고 있는 룸메이트는 본인 일이 있을 텐데 내 생활에 다 맞춰주고 있다. 예컨대 운동 끝나고 밤에 들어오면 이미 그 친구가 야채랑 닭가슴살 준비해놓는 식으로. 내가 해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친구가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음식 해주고 이러니 나로서는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ㅡ친구 때문에라도 잘 해야겠다(웃음).

처음에는 자신감도 없고 잔뜩 위축돼서 ‘내가 나가도 되나?’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젠 자신감이 더 많이 생겼다. 어차피 나도 무대에 서는 사람이다. 물론 분야는 다르지만 그렇게 많은 무대에 올라봤는데 긴장할 게 뭐 있나.

ㅡ목표는.

물론 (피트니스 대회는) 처음인 만큼 긴장도 조금은 되겠지. 하지만 그것 때문에 떨거나 스트레스를 받진 않는다. 열심히, 그리고 후회 없이 운동 했으니 결과를 떠나서 즐기고 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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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황채원 PD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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