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FC 206 최두호 프로모 (ⓒ몬스터짐)

[몬스터짐=강민성 칼럼니스트] 카운터 파이터의 수비는 클린 히트다. 막거나 피하기보다는, 맞거나 혹은 쓰러뜨린다는 이지선다 사이에서 스릴을 즐기는 강심장들이다. 물론 최두호(25, 부산 팀매드/사랑모아통증의학과)도 그 중 한 명이다.

일본에서 치른 13전에서 최두호는 도합 82분 30초를 사용했다. 경기당 평균 6분 34초가 소요된 셈이다.

UFC에서 3연승을 거두는 데 걸린 시간은 총 4분 33초(273초)였다. 평균 1분 31초다.

사실 단 세 경기로 통계 가치는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점차 상대 선수들의 수준도 더 높아지는데, 어째서 모두 하나같이 일찍 끝난 건지 이유가 자뭇 궁금해진다. 아마도 가장 유력한 설명은 적극성의 차이일 것이다. 일본인들은 섬세하고 정교한 플레이를 선호하지만, 서구인은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이다. 자연히 상대의 공격이 본인에게는 기회가 되는 최두호로서는 UFC가 더 편안한 무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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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드웍과 카운터 한방으로 푸이그전 승리···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다

최두호의 이러한 모습은 데뷔전부터 한결같았다. 후안 마누엘 푸이그의 잽은 기술적으로는 수준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잽 하나를 내도 앞으로 나오며 체중을 실었다. 최두호는 그것을 헤드웍으로 흘려내고 카운터로 맞받아쳤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최두호의 머리와 발이다. 푸이그의 잽이 오자 최두호는 머리를 살짝 틀어 잽을 흘리며 동시에 두발은 뒤쪽으로 움직였다. 그 결과로 몸이 앞으로 기울어진 상태가 만들어졌다. 무거운 것을 밀 때 자연스럽게 취하는 자세이기도 하다. 이는 체중을 이용하기 위한 펀치를 구사할 때도 마찬가지다. 상체를 세워서 주먹을 내면 위력이 미미하지만, 이렇게 앞으로 숙여진다면 반대로 증가한다. 최두호는 상대의 펀치를 피함과 동시에 그런 스텝을 구사한다.

맥그리거가 알도를 쓰러뜨릴 때 그의 발동작도 사실은 이 그림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맥그리거는 뒤로 움직였고, 최두호는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받아 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넉넉한 타이밍에 강력한 타격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상대의 체중이 앞으로 나왔고, 본인의 체중까지 실리며 카운터의 위력은 배가 됐다. 단 한방에 푸이그의 신체가 통제력을 상실하며 무너졌고, 최두호는 이렇게 UFC 첫 승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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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의 방어는 공격···카운터의 위력을 배가시키는 최두호의 최소방어

UFC 2차전이었던 샘 시실리아전에서 최두호는 최소의 방어로 최대의 출력을 얻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두호가 시실리아에게 첫 다운을 빼앗을 당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시실리아는 특유의 라이트 오버핸드로 최두호를 밀어붙이지만, 최두호는 자신의 안면을 스쳐 지나가듯 아슬아슬하게 회피한다. 이처럼 피하는 동작을 최소한으로 절제하고 딱 필요한 만큼만 움직여 아슬아슬하게 피할 때, 카운터의 위력도 최대치가 된다. 시실리아전은 최소방어의 아주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시실리아의 라이트 오버핸드를 가까스로 흘린 최두호는 뒤이어 라이트 오버핸드로 카운터를 시도합니다. 그런데 시실리아의 스텝인이 깊었고, 최두호의 오른손이 가장 강력한 파워를 내는 지점에 도달하기 전 주먹이 닿을 뻔했다. 이대로라면 치명적인 파워의 감소가 뒤따른다.

이 상황에서 최두호는 단번에 오른손을 접고, 다시 왼손 숏블로로 옵션을 전환한다. 오른손이 이미 앞으로 나와있기 때문에 왼손은 자연스러운 백스윙 포지션이 완성된 셈이다. 이미 오른손 카운터만 의식하고 있던 시실리아는 최두호의 왼손을 전혀 보지 못했고, 오른손 풀스윙을 하느라 체중이 전방으로 크게 쏠려있는 상태에서 터진 이 펀치로 최두호는 첫 다운을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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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손으로 앞손을 카운터하는 경이적인 타격 능력

최두호가 보여준 또 다른 보기 드문 장면 중 하나는 뒷손으로 앞손을 카운터 하는 스킬이다.

경기에서 파이터들의 뒷손은 상대의 머리에 비해 멀리 있다. 서로의 스피드가 동일한다고 가정하면 당연히 뒷손보다 앞손이 먼저 목표물에 도달한다. 하지만 본인의 뒷손이 빠르고 상대의 앞손이 느리다면 본인의 뒷손을 상대의 앞손보다 먼저 적중시킬 수 있다. 이것은 백스윙의 절제와 간결한 궤적의 스윙, 그리고 상대의 옵션과 펀치가 나오는 타이밍에 대한 확실한 감각이 필요하다. 

최두호의 타이밍 감각은 프로 생활 초기에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어째서 그럴수 있는 지는 알수 없다.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주로 타이밍 감각이란 분석이라는 영역 바깥에 위치한다. 하지만 백스윙의 절제와 간결한 펀칭은 테크닉의 영역이다. 최두호는 이 부분에서 대부분의 국내 파이터들과 달리 상당한 수준의 펀칭 테크닉을 보여주고 있다. 시실리아전에서 최두호는 상대의 왼손이 백스윙을 위해 뒤로 빠지는 시점에서 이미 자신의 뒷손은 준비를 완료하고 있었다.

최두호의 오른손이 시실리아의 안면을 타격한 순간에도 시실리아의 왼손은 여전히 한참 뒤에 있었다. 상대 앞손의 내각으로 침투하는 치명적인 뒷손 카운터는 정말 보기 드문 기술이다. 타격 스페셜리스트인 스완슨은 이 장면을 보며 분명 고민도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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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뛰어난 그라운드 탈출 능력과 고도의 전략수행

가장 최근 경기였던 티아고 타바레스전에서 최두호는 탁월한 그라운드 탈출 능력과 북구 스타일의 전략을 구사했다. 또한 한발 더 깊이 넣고 일격으로 끝내는 특징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이 경기에서 최두호는 앞선 두 경기와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상대에게 중앙을 양보하고 카운터 타격을 위해 거리를 벌린 이전 경기와는 다르게, 타바레스전에서는 시작하자마자 빠르게 케이지 중앙을 장악한다. 자세를 낮추고 스텝을 빠르게 쪼개 마치 그래플링 대결이라도 벌일 것처럼 전진한다. 그래플러인 타바레스로는 예상치 못한 그림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의외의 상황에 당황한 타바레스는 일단 물러나면서 잽을 던졌다. 하지만 최두호는 미동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잔스텝을 밟으며 전진했다. 왜 최두호는 이처럼 갑자기 다른 움직임을 보였을까.

당시 계속 밀려다니던 타바레스는 본인의 주특기인 펀치 페인트에 이은 더블렉 테이크다운을 꺼냈다. 최두호의 노림수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전진 압박으로 타바레스가 테이크다운을시도하도록 유도하고, 거기에 플라잉 니킥 카운터로 경기를 마무리 짓겠다는 의도였다. 평소와 다른 전진 압박, 낮은 자세, 잘게 끊어서 내는 스텝 등을 통해 상대를 유도한 것이다.

태클 타이밍에 날아오르는 모습에서 이것은 즉흥적인 동작이 아닌 100% 의도된 전략임을 눈치챌 수 있다. 비록 타바레스의 태클이 생각보다 깊어 공격은 무위로 그쳤지만, 전략 자체는 대단히 놀라웠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던져 예상된 행동을 하게 만든 후, 그것을 역이용하는 패턴이다. 굉장히 리스크가 큰 전술이지만, 적중시 단번에 경기를 마무리지을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카운터 니킥은 무위로 돌아갔고, 최두호는 테이크다운을 내주며 반대로 위기에 처한다. 타바레스는 그라운드 상위 포지션 운영에 특화된 선수다. 한번 깔리면 막대한 체력과 맷집 손실을 가져오게 되는 위기의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최두호는 등을 케이지에 기대고 팔로 상대의 머리를 밀며 타바레스가 자신의 상체를 장악하지 못하도록 막아낸다. 타바레스는 억지로 힘을 써서 눕히려 했지만, 최두호는 한 팔로 타바레스의 머리를 밀고 다른 한 팔로 바닥을 짚고 다리를 빼서 일어나는데 성공한다.

두 번째 테이크다운에서는 타바레스가 최두호의 상체를 압박하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최두호의 하체가 자유로웠다. 이에 최두호는 즉각 다리를 세우면서 하체의 공간을 이용해 일어나버렸다. 굉장히 간단하게 해냈지만, 타바레스 입장에서는 상식에 어긋난 전개였을 것이다. 

타바레스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바 있는 브라이언 오르테가는 헤너 그레이시의 제자다. 그 오르테가도 타바레스의 상위 포지션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매 라운드 실점을 거듭했다. 경기 후 오르테가는 타바레스의 주짓수 능력을 극찬했을 정도다. 그런데 최두호는 너무나도 쉽게 탈출한 것이다.

이미 타바레스는 이 과정에서 체력을 대부분 소모했다.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케이지를 등지고 일어난 타바레스는 최두호의 타격 거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본인의 무기가 너무 쉽게 부서진 상황에서 상대의 영역에 갇혀버린다. 결국 최두호는 마무리를 위한 셋업에 들어간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부분은 왼발의 스텝인이다. 어차피 타바레스는 케이지를 등지고 있어 뒤로 물러날 거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최두호는 왼발을 타바레스의 양발 사이로 찔러 넣었다. 즉, 다른 선수들보다 스텝인을 더 깊이 넣었기 때문에 펀치를 길게 휘두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유도한 것이다. 기본적인 원투라고 해도 스텝인이 한 발 더 깊은 만큼 위력도 배로 증가한다. 상대가 피하기도 힘들고, 급소를 정확해 때리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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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두호, 예측 가능한 플레이의 아시아 파이터라는 인식을 뿌리째 흔들다

타바레스전을 통해 최두호는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특히 레슬링에 대한 강력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으며, 하위 포지션에서의 탈출 능력 또한 탁월하다는 인식을 각인시켰다. 적어도 레슬러와 주짓떼로들은 이 그림을 보고 최두호라는 이름을 확실히 기억했을 것이다.

전략 구사 측면에서도 최두호는 아시아 파이터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뿌리째 흔들었다. 보통 아시아 파이터들은 ‘예측 가능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최두호는 달랐다. 앞으로 최두호를 상대하는 파이터들이나 코너맨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그 자체로도 타바레스전의 전략 구사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UFC에서의 첫 세 경기를 통해 최두호는 본인의 능력이 일본에서보다 미국에서 더 잘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최두호에게 정타를 맞으면 쓰러진다는 공포심은 맷집에 자신이 없는 선수들에게는 큰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상대의 스타일이 과감해지는 만큼, 최두호의 결정병기 또한 더욱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1라운드를 넘기고 싶다면 일본 파이터들처럼 조심스러워야겠지만, 관객들의 엄청난 야유는 각오해야 할 것이다.

*최두호 선수에게 응원이벤트를 통해 힘을 불어넣어 주세요. 자세한 내용은 몬스터짐 홈페이지 (monsterzym.kr)를 참조하세요.

[사진] ⓒZuffa, LLC/최웅재 작가
[영상] 정민수/황채원 PD
[기사] 강민성 칼럼니스트 (press@monstergroups.com)
[편집]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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