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FC 206 최두호 프로모 (ⓒ몬스터짐)

[몬스터짐=조형규 기자] 겨울이 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페더급은 UFC 내에서 가장 뜨거운 체급이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단번에 페더급으로 가져온 장본인은 바로 코너 맥그리거(28, 아일랜드)였다. 그림 같은 카운터 테크닉을 갖춘 이 타격가는 싸움이라는 본질 외에도 확고한 격투 철학, 조리 있는 언변과 자극적인 트래시 토크로 자기 PR을 할 줄 아는 선수였다.

맥그리거는 UFC에 입성하자마자 단번에 MMA 업계 최고 스타가 됐다. 타이틀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지난해 결국 10년간 무패를 자랑하던 압도적인 챔피언 조제 알도(30, 브라질)를 13초 만에 꺾고 페더급 벨트를 차지했다. 1년 뒤인 지난 11월에는 기어코 에디 알바레즈(32, 미국)의 라이트급 타이틀까지 도전, 가볍게 이를 획득하며 두 체급 챔피언에 올랐다.

그가 출전한 지난 네 번의 대회는 모두 PPV(Pay-per View, 유료 방송 판매) 판매량 100만 가구를 가볍게 넘기며 최고의 빅마켓 파이터 인증까지 받았다. 덕분에 비교적 변방의 전선이었던 페더급은 단숨에 태풍의 눈이 됐다. 뜨거운 이슈를 낳는 최고의 전장으로 변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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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너 맥그리거의 이탈, UFC 페더급의 무게감을 떨어뜨리다

하지만 절정의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전부터 ‘두 체급 타이틀 동시 겸업 금지’라는 지침을 내린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가 ‘반납’을 가장하여 맥그리거의 페더급 타이틀을 박탈한 것이다.

페더급 잠정 타이틀 보유자였던 알도는 곧 공석이 된 페더급 챔피언 자리를 다시 탈환했다. 하지만 맥그리거의 월장으로 페더급이라는 체급 자체의 무게감이 하락한 것이 문제였다.

엄밀히 따지만 맥그리거는 알도처럼 수많은 콘텐더들을 정리한 챔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맥그리거는 그 누구도 꺾지 못했던 압도적인 정복자를 단 13초 만에 정리한 해결사였다. 비록 맥그리거가 라이트급으로 이탈하며 알도는 주인 없는 왕좌에 다시 올랐지만,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왕’인 상황이 돼버렸다. 여기에 맥그리거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파이터들까지 계산하면 매듭은 더욱 복잡하게 꼬인다.

일단 알도와 함께 페더급 피라미드의 최상단에 위치했던 채드 멘데스(31, 미국)는 맥그리거의 또 다른 전리품이다. 현재 페더급 랭킹 2위인 맥스 할로웨이(25, 미국) 또한 다소 오래되긴 했으나 지난 2013년 맥그리거에게 패배한 전적이 있다.

맥그리거와 직접 마주치진 않았으나, 프랭키 에드가(35, 미국)의 경우 맥그리거가 손쉽게 이긴 알도에게 두 번이나 무릎을 꿇었다. 리카르도 라마스(34, 미국)는 최근 전적상 승패를 반복하며 분위기가 좋지 않다. 맨데스에게도 패배한 적이 있다. 컵 스완슨(33, 미국)은 페더급 타이틀 문지기라는 이미지가 강하며, 할로웨이와 잠정 타이틀전을 치를 예정인 앤서니 페티스(29, 미국)는 라이트급 3연패 뒤에 페더급으로 도망치듯 내려왔다.

이미 맥그리거는 과거 많은 인터뷰들을 통해 “알도나 맨데스에게 패배한 선수들과의 경기는 큰 흥미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이처럼 현재 UFC 페더급의 톱 콘텐더들은 모두 직간접적으로 맥그리거보다 한수 아래로 보이는 명제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매듭의 실마리인 맥그리거는 더 이상 페더급에 없다.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급의 위상 또한 떨어져 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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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더급 왕좌는 구시대의 인물이 아닌 새 얼굴을 원한다

이처럼 대권의 당위성, 그리고 전 챔피언인 맥그리거의 동기부여 측면에서 볼 때 페더급에는 새 얼굴이 필요하다.

떨어진 위신을 세우려면 일단 맥그리거와 마주친 적이 없는 신성이 가장 좋다. 또한 압도적인 기세로 상위권까지 치고 올라온다면 설득력이 더 높아진다.

무엇보다도 페더급 간판 스트라이커를 상징했던 맥그리거와 직접적으로 타격 맞불을 놓을 수 있는 파이터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같은 영역에서 최고라는 의견이 엇갈리면, 결국 그 둘 중 진정한 최강자를 가리는 팬들의 비교 검증 요구가 대두되기 때문이다.(만약 그렇게 된다면 맥그리거의 동기부여를 자극해서 다시 돌아올 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행히 현재 페더급에는 이 같은 조건을 만족시키는 신성이 제법 많다.

화려한 킥을 주무기로 삼는 멕시코의 태권 파이터 야이르 로드리게즈(24, 멕시코)는 종합격투기 전적 9승 1패의 강자다. 나이도 24세로 젊다. UFC에서 5연승을 달리며 스타성을 인정받았다. 내년 1월에 BJ 펜(38, 미국)이라는 빅네임 파이터와 대결한다.

브라이언 오르테가(25, 미국)는 UFC에서 현재 3승을 거두고 있는 페더급의 또 다른 신예다. 트라이앵글 초크가 특기인 그는 헤너 그레이시에게 블랙벨트를 사사받은 강력한 주짓떼로다. 최근 복귀한 머사드 벡틱(25,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도 빼놓을 수 없다. 페더급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받던 그는 1년 5개월 동안 지라를 비웠으나, 지난 10월 UFC 204를 통해 화려하게 돌아오며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다만 이들에게는 한 가지 아킬레스건이 있다. 여태까지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하며 올라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로드리게즈의 킥은 화려하지만 결정타가 부족하다. UFC 5승 중 판정의 비율이 80%다. 오르테가는 티아고 타바레스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다가 간신히 역전승을 거뒀고, 벡틱은 바로 정상권을 두드리기엔 공백기가 너무 길었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는 이들보다 더 만족스러운 조건을 충족시키는 파이터 한 명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바로 부산 팀매드 소속의 페더급 최강의 기대주 최두호(25, 부산 팀매드/사랑모아통증의학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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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두호와 코너 맥그리거의 무시할 수 없는 평행이론

현재 종합격투기 12연승을 달리고 있는 최두호는 UFC 내에서 거둔 3연승을 모두 (T)KO로 장식했다. 앞서 언급한 페더급 신성들과 경기 내용부터 질적으로 다르다. 동시에 맥그리거와 묘한 평행선을 달리는 공통점도 있다. 이 비교는 결코 필자 개인의 견해만은 아니다. 이미 UFC 내외부에서는 이와 같은 의견을 밝힌 유명인사가 여럿 있다.

UFC 205를 앞두고 지난 6일 공개된 UFC의 ‘워치 리스트’ 영상에 출연한 매치메이커 션 셸비는 최두호를 두고 “그는 동양의 코너 맥그리거다. 마치 레이저 같은 스트레이트는 맥그리거의 그것과도 닮아있다”고 극찬했다.

여기에 현 UFC 미들급 챔피언인 마이클 비스핑(37, 영국)은 한술 더 뜬다. 그는 지난 7일 ‘UFC 나우’에 출연하여 “최두호는 아시아 최초의 챔피언이라는 야망을 가져야 한다. 지금 당장 맥그리거를 꺾는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계속 이렇게 발전한다면 결과는 알 수 없다”고 호평했다.

압권은 UFC의 절대반지 소유자인 데이나 화이트 대표다. 그는 8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최두호의 타격은 맥그리거와 닮아있다. 그의 펀치는 완벽하다. 만약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스완슨마저 간단하게 꺾는다면 타이틀샷도 받을 수 있다”고 공언했다.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린 최두호가 어느덧 사장님이 아끼는 모범사원이 된 것이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최두호와 맥그리거를 거론하고 나선 데에는 이유가 있다. 크게 두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우선 카운터 타격으로 대표되는 스타일을 가장 잘 구사하는 스트라이커라는 점이다.

슈퍼보이가 가진 타격의 핵심은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일격에 상대의 목을 자르는 방식이다. 전진 압박을 구사하여 상대로 하여금 선제타를 유도한다. 상대가 나오지 않는다면 상황에 따라 페이크도 충실하게 섞어준다.

그렇게 이끌어낸 공격을 최두호는 아슬아슬하게 흘려보내며 록백 라이트를 꽂는다. 너무 깊거나 얕지 않은, 최적의 임팩트 지점에서 정확하게 끝나는 교과서적인 라이트 스트레이트는 최두호의 필승 공식이다. 맥그리거가 사우스포(왼손잡이)이며, 정석적인 테크닉보다는 변칙적인 타격과 킥도 즐겨 사용한다는 점에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결국 이 둘을 상징하는 것은 경기를 마무리하는 카운터 타격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UFC 내에서 두 파이터가 보여준 행보가 절묘할 정도로 닮아있다는 점이다. 

2013년 UFC에 입성한 맥그리거는 마커스 브리매지-맥스 할로웨이-디에고 브랜다오를 연파하며 4전 째에 랭킹 5위권의 더스틴 포이리에(27, 미국)를 만났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 대결은 맥그리거의 1라운드 1분 46초 펀치 TKO로 마무리됐다. 이 경기로 맥그리거는 스타의 반열에 올라섰고, 이후 데니스 시버(37, 독일)라는 비교적 약체를 상대로 영양을 보충(?)하고 타이틀샷을 약조 받은 바 있다.

세 번의 연승 끝에 랭킹 4위의 스완슨을 만난 최두호의 도전 또한 맥그리거의 행보와 쏙 빼닮았다. 맥그리거가 만났던 포이리에는 항상 타이틀샷 도전권 문턱에서 무너지곤 했던 파이터다. 타이틀 도전자 판독기로 불리는 스완슨과 묘한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화이트 대표가 직접적으로 타이틀샷을 언급한 만큼, 챔피언으로 가는 아우토반이 활짝 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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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심할 수 없는 컵 스완슨, 다양한 경우의 수 따져야

최두호와 스완슨의 대결은 표면적으로는 최두호가 언더독에 위치한다. 두 선수의 페더급 공식 랭킹은 각각 11위와 4위다. 게다가 최두호는 아직 UFC 내에서 딱 세 경기만을 치렀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 세계 도박사들과 전문가들은 최두호의 손을 들어줬다. 그가 가진 타격 기술과 거침 없는 기세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다만 조심할 것은 극적인 상황에서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베테랑의 경험, 그리고 그렉 잭슨이라는 명 코치의 존재다.

지난 2008년 UFC에 입성한 스턴건 김동현(35, 부산 팀매드/(주)성안세이브)은 5승 1무효, 무패 전적으로 웰터급의 강력한 기대주로 평가받았다. 그렇게 타이틀과 점차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카를로스 콘딧(32, 미국)을 만났다.

지금으로서는 의외겠지만, 당시 이 대진에서 콘딧은 도박사들로부터 언더독 평가를 받았다. 김동현의 압도적인 포지셔닝에 그라운드가 약점인 콘딧이 패배할 것이라는 예상이 꽤 많았다.

하지만 전략가 잭슨은 바로 그 점을 파고들었다. 상대적으로 타격이 열세인 김동현이 그라운드로 끌고 갈 틈도 없이 초장에 끝낸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리고 그 구상은 현실이 됐다. 김동현은 1라운드 2분 58초 만에 플라잉 니킥으로 초살을 당하며 사상 첫 패배를 기록했다. 콘딧과 잭슨은 환호했다.

분명 잭슨은 최두호의 타격을 철저히 경계하며 다양한 전략을 준비해올 것이다. 물론 최두호는 타격뿐 아니라 주짓수도 수준급이며, 하위 포지션에서 탈출하는 능력도 좋다. 하지만 지난 타바레스 전에서 2회의 테이크다운을 모두 쉽게 허용했다. 잭슨이 바로 이 지점을 공략할 수도 있다.

스완슨은 강력한 타격가다. 하지만 동시에 주짓수 블랙벨트 보유자이기도 하다. 끈적한 그래플링 싸움도 마다하지 않으며, 테이크다운 성공률도 50%를 넘는다. 잭슨의 전략에 따라 경기 양상이 화끈한 타격전이 아닌, 질척한 그라운드 공방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장기전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흐려지는 3라운드에 스완슨의 기습 테이크다운이 성공한다면 예상외의 전개가 펼쳐질 수도 있다. 최두호와 양성훈 감독으로서는 현재의 낙관적인 여론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져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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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보이를 둘러싼 다채로운 대결구도···UFC 페더급 새 출발의 신호탄

한편 이 경기의 향방과 내용에 따라 향후 최두호의 행보도 분명하게 나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좋은 그림은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라운드 초반에 KO로 끝내는 것이다. 이미 화이트 대표는 8일 인터뷰에서 “최두호가 스완슨마저 지난 경기들처럼 꺾어내면 5위권 진입은 물론, 타이틀샷도 줄 수 있다”고 공언했다. 운과 타이밍만 좋으면 바로 타이틀샷으로 직행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전혀 없진 않다. 말 그대로 꽃길을 걷게 된다.

승리했지만 경기 내용이 압도적이지 않았을 경우 UFC 측은 1~2 차례의 테스트를 더 내릴 수도 있다. 그 테스트 내용은 에드가의 레슬링이 출제될 수도 있고, 할로웨이와 페티스의 잠정 타이틀전에서 패배한 선수를 붙여줄 가능성도 있다. 라마스라는 카드도 남아있다.

패배한다면 다소 그림은 복잡해진다. 하지만 그 내용이 일방적이지만 않다면 최두호의 스타성을 잘 알고 있는 UFC 측이 또 기회를 줄 것이다. 공색 랭킹 안의 영양가 있는 상대를 붙여 부활을 유도할 할 것이다.

마침 최두호의 경기가 펼쳐지는 이번 UFC 206은 할로웨이와 페티스 간의 페더급 잠정 타이틀전도 메인이벤트로 준비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대회가 끝나면 페더급의 판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오랜 공백 끝에 마침내 복귀하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29, 코리안 좀비 MMA), 세 체급 정복에 도전하는 BJ 펜 등 슈퍼스타들도 속속 페더급에 합류하고 있다. 안개 정국인 페더급의 구체적인 방향이 드러남과 동시에 최두호를 둘러싼 대결구도도 한층 다채로워질 전망이다.

맥그리거가 빠지며 잠시 가라앉은 것처럼 보이던 페더급은 어긋난 톱니바퀴를 다시 끼워 맞추기 시작했다. 과연 최두호는 새롭게 돌아가는 페더급 무대의 주연배우가 될 수 있을까. 모든 변화는 오는 11일 펼쳐질 UFC 206이 끝난 시점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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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웅재 작가/ⓒZuffa, LLC
[기사]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디자인] 몬스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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