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FC 206 최두호 프로모 (ⓒ몬스터짐)


[몬스터짐=강민성 칼럼니스트] 오는 11일 캐나다 토론토의 애어 캐나타 센터를 무대로 펼쳐지는 UFC 206은 원래 라이트 헤비급 타이틀전을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그러나 12월 26일,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다니엘 코미어의 부상으로 인해 메인이벤트가 취소되었다. 이로 인해 최근 9연승중인 맥스 할로웨이와 라이트급 전챔피언 앤소니 페티스의 경기가 코메인에서 메인으로 승격되었다.

PPV이벤트에 타이틀이 하나도 걸리지 않는 맥이 빠지는 경기를 피하고 싶었던지 UFC는 코너 맥그레거의 페더급 벨트를 회수하고 잠정 챔피언 조제 알도를 정규 챔피언으로 승격시킨 후, 할로웨이와 페티스간의 승자에게 잠정 타이틀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승자에게는 알도와 내년 초 타이틀전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대회의 메인카드 제3경기에 페더급 랭킹 11위의 최두호(25, 팀매드, 사랑모아 통증 의학과)가 출전한다. 상대는 동급 랭킹 4위인 컵 스완슨(32, 잭슨-윙크 MMA 아카데미)이다. 2009년 데뷔해 16전 15승 1패 13KO의 전적을 보유한 최두호는 2010년부터 13연승, 최근 8경기에서 연속 KO승을 수확했다.

DEEP의 낭중지추였던 최두호를 UFC가 영입했던 시기는 2013년이었다. 이듬해 11월, 부상으로 1년이나 미뤄 두었던 최두호의 데뷔전이 있었다. 길었던 기다림에 비해 상대였던 마누엘 푸이그는 겨우 18초를 버티고 무장해제되었다. 또 다시 부상으로 인해 1년여의 공백기를 가진 후 최두호는 UFC 서울에서 귀환했으며 해외 중계진이 ‘환상적인 분위기’라며 몇 번이나 감탄했을 만큼 열광적이었던 무대에서 단 한번도 KO를 당한 적 없었던 샘 시실리아를 93초 만에 잠재우며 자국 팬들의 압도적인 응원에 보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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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월, 구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의 마지막 UFC 이벤트에서 최두호가 세 번째로 옥타곤에 들어섰다. 부상 없이 정상적인 간격이었고, 상대는 베테랑 그래플러 티아고 타바레스였다. 라이트급의 웬만한 실력자들도 한번 깔리면 라운드가 종료되거나 피니쉬를 당하기 전에는 다시 일어나기 힘들만큼 강력한 주짓수를 가지고 체급을 내려 본인이 ‘페더급 최강의 그라운드 스페셜리스트.’임을 증명하겠다고 공언한 타바레스에게 시작하자마자 테이크다운을 허용했지만 최두호는 그 최악으로 보였던 위기를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금세 털고 일어났다. 1라운드 2분 42초, 두 번의 테이크다운과 1분이 넘게 그라운드 컨트롤을 하려 헛수고를 하면서 체력이 떨어졌고, 설상가상으로 케이지에 몰려 도망갈 곳조차 없었던 타바레스의 턱에 최두호의 오른손 수면제가 처방되었다.

UFC 세 경기를 모두 합쳐 약 4분 33초 만에 통과하면서 3연속 1회 KO승을 수확했고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최두호의 앞에 UFC는 컵 스완슨이라는 역전의 베테랑을 세웠다. 그를 존경하고 좋아하지만 그래서 꼭 한번 대전해 보고 싶다던 최두호의 바램을 UFC가 접수한 셈이다. 과연 컵 스완슨은 어떤 선수였을까? 


23승 7패 8KO 7SUB의 총 전적, UFC에서만 11전을 경험한 컵 스완슨은 1983년생이다. UFC가 제작한 ‘컵 스완슨: 팜 스프링스의 프라이드’ 라는 영상에서 그의 과거사를 들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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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스완슨

스완슨은 어린 시절 평탄하지 못한 삶을 살았다. 스완슨이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아버지가 피부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가 없는 가정에서 자란 스완슨은 이유 없는 반항을 시작했다. 14세부터 16세까지 그는 학교도 다니지 않고 사고를 치기 시작했고 그 사고는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스완슨이 16세가 되던 해, 그의 어머니는 스완슨을 감당해낼 수 없었다. 결국 스완슨은 집을 나왔고 거리에서 지내며 문제에 계속 휘말렸다. 결국 강도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고 소년원에 수감되었다.

스완슨은 소년원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에 대한 자책감과 후회였다. 그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남자답게 해보자고 자신을 타일렀다. 정신을 차린 스완슨에게 주어진 과제는 학업완수였다. 소년원에서 그는 검정고시 준비에 매진했다. 반입이 되지 않는 연필을 구하기 위해 신발깔창에 연필을 숨기고 들어와 CCTV가 없는 화장실에서 공부했다. 그렇게 스완슨은 3개월 만에 검정고시 1년 과정을 마쳤다.

2년여의 형기를 마치고 19세가 되어 출소한 스완슨은 전미 뇌성마비센터에 취직했다. 그곳에서 뇌성마비를 가진 어린이들이 사회활동을 하는데 도움을 주면서 주짓수를 배우기 시작했다. 무술과의 첫 만남에 대해 스완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처음부터 푹 빠졌다, 제 자신에게는 뭔가 엄한 지도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딱 이었다.”

주짓수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스완슨은 거리의 친구들과 멀어졌고 마약과도 작별을 고했다. 그러던 어느날 UFC 파이터 조 스티븐슨이 스완슨을 본인의 캠프로 초청했다. 그렇게 스완슨의 MMA 생활은 시작되었다.

■ 페더급의 정글에서 버티고 버틴 스완슨

2004년 7월에 있었던 스완슨의 프로 데뷔전 상대는 쉐넌 구거티였다. 결과는 경기시작 15초 만에 리어네이키드 초크를 내준 스완슨의 서브미션 패였다. 이후 ‘05년 12월 까지 4서브미션 1KO, 100% 피니쉬로 5연승을 달린 스완슨은 구거티와의 턴매치에서 KO승을 거두며 빚을 갚았다. 07년, 3연승을 더해 9승 1패의 총 전적을 마크하던 스완슨을 WEC에서 영입했다. 아직 UFC에는 페더급이 없었던 시절이었고 전 세계의 페더급 강호들은 WEC로 몰려들고 있었다.

2009년 6월, WEC에서 5전중 4번의 승리를 추가한 스완슨의 앞에 WEC 진출 9개월 만에 4전 전승 4KO의 파죽지세를 연출 하던 조제 알도가 나타났다. 페더급 타이틀 도전자 결정전이었던 이 경기에서 알도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르게 움직였고 경기 시작 7초 만에 스완슨을 KO시켰다.

이후 1승과 1패를 반복하는 패턴이 여섯 경기까지 이어졌다. 알도에 이어 그를 이긴 선수 두명은 각각 채드 맨데스와 리카르도 라마스였다. 이 시기 WEC는 UFC로 통합되었다. 12년 1월 조지 루프와의 대전에서 여간해선 보기 힘든 풀스윙을 통해 UFC의 첫 승을 수확한 스완슨은 같은 해 6월 라이트급에서 내려온 로스 피어슨을 만났다.

피어슨은 상당한 수준의 복싱을 구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MMA식 타격만이 아니라 복싱으로도 스완슨이 한 수 위였다. 백 스탭에서 던진 레프트훅이 제대로 들어가면서 스완슨이 KO승을 거두었고 이날의 KO 보너스도 스완슨의 차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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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9월 찰스 올리베이라를 상대로 케니 플로리안이 ‘메이저리그 투수들 공던지듯’ 휘두른다고 평한 특유의 오버핸드를 작렬시켜 올리베이라에게 승리를 거뒀다. 두 경기 연속으로 KO보너스가 주어진 것은 덤이었다.

2013년 2월, 더스틴 포이리에를 상대로도 타격에서의 우세뿐 만이 아니라 레슬링의 카운터 파워더블과 유도식 힙토스등의 시원한 던지기 스킬 까지 곁들여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둔 후, 같은 해 7월 데니스 시버를 KO 로 잡고, 제레미 스티븐스와의 5라운드 경기에서도 혈전 끝에 부심단의 만장일치 판정을 이끌어냈다. 다시한번 2경기 연속 보너스가 멋진 승리에 의미를 더해주었다.

스완슨이 이 6연승동안 보여준 것은 특별했다. 그의 플레이는 이기기위한 정석이 아닌 뭔가 다른 원칙하에 운용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커버링은 느슨하거나 아예 없어지는 경우가 잦았고 공격시 동작이 과할 정도로 컸으며 눈요기에는 훌륭하지만 웬만해서는 적중되기 힘든 특수한 테크닉들을 비롯해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스킬세트를 상대방은 물론 관객과 심지어 해설자 까지 경악케 할 만큼 잔뜩 짊어지고 와서 경기 내내 여기저기에 뿌리고 다니기 바빴다.

수비는 거의 스텝과 상체 무빙에 의존했는데, 보통의 선수가 이러한 조합으로 싸웠다면 불과 한 두경기 안에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고 근본 없는 잡화상식 운영이라는 핀잔을 들었을 정도의 패턴이었다. 정도를 넘어서는 다양한 스킬이란 일반적으로 부족한 각각의 숙련도와 같은 의미가 되고 낮은 커버링은 공격할 때 약간의 프리미엄을 제공하지만 실수를 했을 때 떠안게 되는 위험부담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에 매우 날카로운 카운터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면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스완슨은 선제타격을 주로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의 경기는 오버스윙의 선제타와 강력한 반격이 맞물리는 고속 기동전으로 출발해 심심할 새 없이 터지는 스완슨 스페셜 세트가 곁들여지는 양상으로 전개되다 종국에는 맷집과 정신력의 대결이라는 원초적인 구도로 마무리 되었다. 그런 경기를 몇 번 보다보면 팬이 되지 않고 버티기는 힘들다. 그는 부심단의 눈 보다는 팬들의 마음을 노리는 정석을 따르고 있었다 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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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완슨을 가로막은 두 개의 암초, 에드가와 할로웨이

프랭키 에드가를 만난 13년 11월의 27번째 경기는 스완슨에게 중대 기로라 할 만큼 큰 의미가 있었다. 이미 6연승을 기록했고 그중 4번의 보너스를 쓸어 담은 마당에 라이트급 전 챔프출신의 에드가까지 돌려세운다면 드디어 타이틀매치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에드가의 경기력에는 빈틈이 거의 없었다. 전체적으로 밀리며 패색이 짙던 5라운드 종반 에드가의 무정한 넥 크랭크가 스완슨의 목을 비틀었고, 스완슨의 탭이 뒤따랐다. 경기 종료를 불과 4초를 남긴 시점이었다.

시련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2015년 4월, UFC는 스완슨과 당시 5연승을 달리던 맥스 할로웨이의 매치 업을 선보였다. 할로웨이는 빠른 템포로 게임의 리듬을 본인이 원하는 형태로 가져갔다. 장신의 왼손잡이라는 이점에 체구에 비해 빠르고 쉽게 보기 힘든 스킬 구조를 가진 할로웨이가 왜 최악의 기피대상인지 잘 알려주는 내용의 경기였고, 스완슨은 3라운드 서브미션 패를 당했다. 경기 후 스완슨의 턱과 오른손이 부러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팬들 중 일부는 앞으로 옥타곤에서 그를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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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와지리전으로 본 스완슨의 화려한 부활

1년 후, 스완슨은 다시 옥타곤으로 돌아갔다. 노바유니아오에서 배출해낸 ‘보급형 알도‘ 하크란 디아스를 가볍게 따돌리고 재기에 성공한 스완슨을 기다린 이는 그라운드 분쇄기 가와지리 타츠야였다. 웬만한 베테랑이라 해도 그의 46전 앞에서는 신인이 되어버릴 만큼 엄청난 경험치를 가진 가와지리였고, 스완슨에 대한 분석도 이미 마친 상태였다.

스완슨에게 거리를 주고 리듬을 빼앗긴다면 경기를 서서히 지배당하기에 첫 라운드 부터 타츠야는 선제 레그킥과, 기습적인 러시로 스완슨이 편하게 흐름을 잡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게다가 오소독스 스텐스에서 스완슨의 풀스윙 라이트가 날아오면, 롤링 디펜스에서 힘을 더 보태 백스핀 라이트로 자연스럽게 연결해 반격 하는 묘책까지 선보였고, 사우스포 스탠스에서는 같은 공격을 오른손 크로스 카운터로 정확히 받아쳐 잠시 스완슨의 중심을 흔들어 놓기도 했다. 라운드 중반에는 가와지리가 오소독스 스탠스에서 원원-투를 제대로 맞추고 잠시후 테이크다운 까지 성공시킨 후 마운트를 넘나들었다. 그렇게 첫 라운드는 가와지리가 가져갔다.

라운드가 끝나고 휴식시간, 그랙 잭슨은 스완슨에게 페인트 많이 주면서 잽으로 공격시작, 상대를 가까이 유인한 후 라이트를 쓸 것, 또 레그킥을 내지 말고 타츠야의 테이크다운 시도가 오면 움직이면서 방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스완슨은 잭슨의 지시대로 움직였고 라운드 전반의 타격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하지만 1분 40여초 지점에서 스완슨은 레프트 먼저라는 지시를 어기고 라이트 단발을 강하게 휘둘렀는데, 그 순간 가와지리의 태클 카운터가 스완슨의 펀치 궤도 아래로 저공 침투했다. 그대로 넘어간다면 또다시 라운드를 내줄수도 있는 위기였지만, 마지막 순간 되치기에 성공하면서 스완슨이 마운트 포지션을 장악했다.

백마운트까지 포지션을 진행시킨 스완슨이 초크를 시도했지만 가와지리는 어렵지 않게 방어에 성공했고, 스탠딩으로 돌아갔다. 2라운드 중반부터 스완슨의 타격이 본격적으로 불을 뿜기 시작했다. 라운드를 내줄 위기에서 가와지리의 공격이 다소 성급했고, 스완슨도 맞불을 놓으며 갑작스러운 난타전이 시작돠었다. 스완슨의 전반적인 우세였지만, 가와지리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흐름을 차단한 가와지리는 스완슨을 도발했다. 테이크다운을 위한 셋업이었는데, 스완슨이 또 걸려들어 클린치를 잡히고 말았다. 스완슨에게 테이크다운을 하나 더 허용할 여유는 없었기에 사력을 다해 방어에 성공했고 마지막 30여초를 남긴 시점에서 길게 나가는 왼손 훅을 활용해 가와지리를 다시 궁지에 몰아넣으면서 2라운드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마지막 라운드에 들어설때 잭슨은 “라스트 라운드에 모든 것이 달려있어, 아마도 쟤가 첫 라운드, 너가 이번라운드를 이겼을 것이다, 우리가 이기고 집으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지고 돌아갈 것인지는 너가 앞으로 5분 동안 어떻게 하는지에 달려있는거야. 알겠지?”라고 말했다. 역시 마지막에는 마음가짐과 정신력이 전략전술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그랙 잭슨은 알려주고 있다.

마지막 라운드 초반, 관중석에서 USA 콜이 나왔다. UFC에 흔히 나오지 않는 형태의 응원인데, 그것이 아마도 스완슨에게 어떠한 형태의 에너지를 주입한 것처럼 보였다. 그 직후 스완슨의 라이트가 연이어 적중되었고 머리를 흔들며 카운터를 피해 빠져나오는 동작도 부드러워졌다. 레그킥과 컴비네이션도 연이어 적중되었다.

그렇게 흐름을 장악하나 싶었지만, 막판 가와지리의 테이크다운이 성공하면서 다시 가와지리에 유리한 국면이 되었다. 겨우 한번 일어났지만 가와지리는 그를 순순히 보내 줄 생각이 없었다. 두 번째 테이크다운이 성공하고 가와지리의 파운딩이 시작되자 관중석은 점점 조용해져갔다.

경기종료를 약 2분 남긴 시점에서 스완슨이 철망을 발로 차며 최후의 탈출을 감행했고 가와지리가 그걸 놓치면서 경기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끓어올랐다. 그때 해설자였던 브라이언 스탠은 “젊은 MMA 파이터들이 보고 배워야할 경기”라며 극찬했다. 종료의 부저가 울릴 때까지 두 선수는 남은 모든 것을 짜내 마지막 공방을 펼쳤다. 모든 것이 끝난 후 관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두 선수를 위해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선물했다. 결과는 전원일치 판정으로 스완슨의 승리였다.

최종 방어라인이라 할수 있는 턱과 공격의 핵심인 오른손이 동시에 부러졌던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정상급 선수와 격전의 풀 라운드를 소화하며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인지 인터뷰에서 스완슨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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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완슨의 삶, 그리고 최두호

스완슨은 굴곡진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마음 깊은 곳에는 선량한 인생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 로블로 등의 반칙공격이 있었을 때 심판이 말리기 전 스스로 공격을 멈추며, 경기 중 보이는 웃음과 다양한 표정은 도발로 보이기 쉽지만 계속해서 관찰하다보면 그건 그냥 순수한 감정의 표현인 것이 더 크다.

스완슨과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UFC로 오면서 마음을 다잡고 새 사람이 된 제레미 스티븐스는 스완슨의 웃음으로 보고 본인도 씩 웃더니 터치글러브를 했던 것을 보면 그건 도발이 아닌 순수한 표현이다.

뿐만 아니라 본인의 오버핸드를 맞은 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허물어진 올리베이라에게 다가가 공격을 멈추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승자 발표까지 올리베이라가 일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어두운 표정이던 점, 정면에서 기자가 사진을 위한 포즈를 원할 때는 촬영용 표정으로 바뀌었다가 바로 다시 걱정스러운 기색이 나타나더니 올리베이라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하는 듯 했던 장면 등을 보면, 격투의 행간에서 드러난 그의 성격은 인정이 많은 성격으로 보인다.

선한 인간의 행동은 예측이 가능하다. 그는 UFC가 최두호를 자신과 대전시킨데 대해 다소 격앙되었다. 자신을 밀어내고 동양의 달러박스가 될 최두호를 그 자리에 앉히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샘 시실리아 역시 같은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최근 들어 스완슨은 최두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여러 인터뷰를 통해 드러냈다.

그런 분한 마음을 가졌다면 경기에서 스완슨은 말 이상의 것을 준비해서 나타나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코치는 그랙 잭슨이다. 잭슨은 냉철한 이성을 가진 인물이고 추락일로의 오브레임에게 새로운 플레이 스타일을 장착시켜 다시 타이틀 도전권으로 끌어올렸던 만큼 스완슨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언제나 그것을 알고 있었고 스완슨에게 알려주었을 것이지만, 지금까지의 스완슨은 그냥 자기 고집대로 밀어붙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지금까지 스완슨의 경기를 보면 잭슨과 윙클존이 선호하는 방식에 반해 자신이 선호하는 대로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었다.

맥그리거가 라이트급으로 올라갔고 알도의 시선도 그곳을 향해있는 지금, 페더급에는 난세의 조짐이 완연하다. 주변에서도 그렇게 조언하고 있으며, 본인 스스로도 최후의 도전을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그가 기존의 것이 아닌 다른 경기 방식을 가지고 나올 가능성도 분명 있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스타일에 적응해야하는 최두호는 화요일과 수요일 사이에 무려 세편의 영상과 매치메이커 션 셜비, UFC의 수석 분석가 격인 댄 하디, 미들급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 등의 주요 인사의 극찬과, 도박계의 큰 승리를 예상하고 있는 것은 팬들을 위한 것임을 명심하고 본인은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이다. 물론 최두호를 지도하고 있는 양성훈 감독은 방심과는 굉장히 거리가 있는 신중한 인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에 사실 이런 걱정을 공유하는 많은 팬들의 우려는 그냥 노파심으로 그칠 것으로 보인다.

스완슨의 경기방식이 최두호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이번 ‘UFC 206‘의 주목할 만 한 포인트 중의 하나다.

마지막으로 스완슨이 UFC 데뷔 후 자신이 복역했던 소년원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갔을 때 소년범들에게 이야기중에 하나다. 이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줬다.

“여기 있으면, 자기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기게 되잖아. ‘우리 엄마는 내게 그런것도 하나 안해줬고, 아빠는 또 어쩌고저쩌고... 우리 가족은 정말... 나 참 안됐다’라면서, 그런데 그런 것은 쓸데없는 생각이잖아. 자기연민 같은 것에 빠져 있지마. 어떻게든 해내야해. 인생에 문제가 있다면 부딪쳐서 해결 하는 것이 좋아, 거기서 계속 도망치면 문제가 항상 따라 다닐 것이야. 네가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수준의 대우를 받고 싶다면 싸워서 얻는 수밖에 없어. 교육을 받기 위한 싸움, 더 나은 인생을 위한 싸움 같은 것 말이야.”

사진=ZUFFA LLC/WME-IMG
글=강민성 칼럼니스트
편집=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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